1. 벨기에 리에주(Liège) 시에 대하여


베네룩스 3국의 하나이자 와플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진 벨기에...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Brussel)이나 관광지로 유명한 브뤼헤(Brugge), 겐트(Gent)와는 달리 리에주시는 우리에게 약간 낯선 도시이다. 하지만 리에주시는 8세기 프랑크왕국의 국왕으로 대제국을 건설했던 샤를마뉴 대제(Charlemagne)의 출생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유럽에서 오랫동안 문화와 상업 및 종교의 교차로였다.


벨기에의 프랑스 언어권인 왈롱(Walloon)지역의 중심도시로서, 우르트강(Ourthe River)과 뫼즈강(Meuse River)이 만나는 계곡부에 위치해 있으며,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와 독일 아헨에 근접해 있어 유럽 주요도시들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림 1] 국제적인 교통요충지인 리에주시(출처:http://bit.ly/188Wjz4)

[그림 2] 프랑스 언어권(짙은 파란색 부분)인 리에주시 위치도(출처 : http://bit.ly/1eUzoXY)



이 도시는 매년 재즈페스티벌인 리에주 재즈(Jazz à Liège)를 주최하고 있으며 민속페스티벌로 유명하다. 밤문화 또한 잘 알려져 있는데, 오페라하우스 뒤편의 보행자전용지구에 있는 광장 주변으로 많은 술집들이 새벽 6시까지 운영된다.


리에주시는 왈롱지역의 산업중심지이자 브뤼셀, 앤트워프(Antwerp)에 뒤이은 벨기에 제3의 도시로서 과거 금속 및 탄광산업이 발달하였으나 오늘날 이 산업들이 쇠퇴하면서 도시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에 불어닥친 경기침체 여파로 리에주시내 많은 상가들이 문을 닫은 상태이며, 리에주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고속철도역을 비롯하여 쇼핑센터를 새로 건립하는 등 도시의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1] 리에주시 전경(출처 : http://bit.ly/ILGpjf)

[사진 2] 많은 상가들이 문을 닫은 도심전경

[그림 3] 리에주시 지도(출처 : http://bit.ly/1gDgaqx)



2. 도시의 아이콘, 리에주 기요망역(Liège-Guillemins station)


앞서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리에주시는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및 독일을 연결하는 유럽고속철도 네트워크의 주요 교통요충지다. 최초의 대륙철도가 개통된 지 3년만인 1838년, 리에주의 북부 교외지역에 있는 앙스(Ans)와 브뤼셀을 연결하는 노선이 개설되었고, 1882년과 1905년 두 번에 걸쳐 리노베이션되었다. 



 

[사진 3] 1905년의 리에주 철도역사(출처 : http://bit.ly/18gy9AL)

[사진 4] 1950년대 건축된 1970년 리에주 철도역사 모습(출처 : 인http://bit.ly/18gy9AL)


2009년 준공된 새 역사는 1950년대 건축되어 매우 좁고 낡은 기존의 역을 대체한 것으로, 같은 부지 위에 고속철도 여행에 적합한 5개의 플랫폼과 9개의 철도트랙과 함께 랜드마크적인 형태로 새롭게 건축되었다. 중세의 자취가 남아있는 이 도시에 고속철도역을 건립하는 것이 적합하며 경제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1990년 초반까지 있었으나 독일과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들과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회생하는 측면에서 재건축이 결정되게 된다.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omshaw)와 알도 로시(Aldo Rossi) 등 몇 명의 유명 건축가들을 물색한 끝에 리에주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디자인할 건축가로 스페인 출신의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선정되었다. 그는 프랑스 리옹 공항철도역(Lyon-Satolas Airport Railway Station)과 포르투갈 리스본의 오리엔트역(Oriente station)과 같은 역사설계에 대한 경험 때문에 리에주 기요망역(Liege-Guillemins station)의 설계를 의뢰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5] 리옹 공항철도역(출처 : http://bit.ly/IrpAts)

[사진 6] 리스본의 오리엔트역(출처 : http://bit.ly/1gDi4r9)


칼라트라바는 이 역이 철로에 의해 분리되어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리에주시의 두 지역(Eol Sp Christoplie지역과 Cointe지역)을 연결하는 고리라고 생각했다. 리에주 기요망역을 중심으로 코엥테(Cointe) 언덕 사면에 위치한 남측은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쾌적하고 양호한 주거환경을 가진 중·상류층 주거지역인 반면, 북측은 19세기의 도시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낡고 오래된 지역으로, 주로 외국인 이주자들의 주거지역이었다.



[사진 7] 건설중인 리에주 기요망역 주변 전경(출처 : http://bit.ly/1cXyasK)



 

[사진 8] 철로로 분리되어 있는 리에주역 남측과 북측의 위성지도(출처 : 구글어스)

[사진 9] 코엥테(Cointe)언덕 상공에서 본 리에주 기요망역 주변전경(출처 :http://bit.ly/1eUCD1v)


[사진 10] 리에주 기요망역 동측 광장과 정면모습(출처 : http://bit.ly/1jjv4o6)


이들 두 지역을 이어주는 길이 200미터의 다리가 남북방향으로 건설되어 기차역과 연결되었다. 



[사진 11] 코엥테(Cointe) 지역과 기차역을 이어주는 길이 200미터의 칼라트라바 다리

[사진 12] 코엥테(Cointe) 언덕에서 본 칼라트라바 다리



리에주 기요망역은 보는 방향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정면에서 보면 망토가 내려앉아 커다란 홀을 형성하고 있는 아치모양처럼 보이지만 비스듬히 보게 되면 우주선이나 모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엥테(Cointe)지역과 연결되는 북측 진입교량이나 북측 승강장 2층 진입데크에서는 처마를 늘어뜨린 우리나라의 한옥지붕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남측 코엥테(Cointe) 언덕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보이는 모습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방패연이나 바닷속을 헤엄치는 가오리를 연상시킨다.



 

[사진 13] 광장 상공에서 본 모습(출처 : http://bit.ly/1caks4a)

[사진 14] 남측 코엥테 언덕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바라 본 야경(출처 : http://bit.ly/1ixTc8q)



[사진 15] 북동쪽에서 비스듬히 본 야경

[사진 16] 북측 승강장 진입데크에서 본 모습 



네 개의 지지대에 의하여 내부에 커다란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리에주 기요망역은 처음 보면 그 공간의 거대함과 투명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구가 채 20만명도 안되는(2012년 1월 1일 기준 195,576명, 출처 위키피디아) 조그만 소도시에 무려 5,000여억원(3억1,200만유로)에 달하는 공사비를 들여 이처럼 큰 역을 지은 것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쇠퇴하고 있는 도시를 재생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오랜 논의를 거쳐 이와 같은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든 그들의 사고방식이 매우 놀랍다.


동측의 광장에서 보면 아치모양의 승객터미널 지붕은 광장 일부와 뒤편의 차량 주차장까지 다섯 개의 플랫폼을 덮고 있는데, 동서방향으로 145미터, 남북방향으로 160미터, 높이 40미터의 커다란 공간을 형성하며 지붕면적만 무려 33,000제곱미터에 달한다. 



[사진 17] 아치모양의 대공간을 형성하는 승객터미널



건축적으로 보면, 유리와 철(하얀 페인트가 칠해진)로 만들어진 거대한 볼트구조를 통해 투명한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투명성은 역과 도시가 서로 관입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역 내부에서 보면 지붕의 투명한 아치구조는 외부의 풍경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하며 어디에서 보더라도 투명하고 밝은 느낌이 역 전체에 가득 차 있다. 


특히 일반적인 역사(驛舍)건물과는 달리 이 건축물은 동서방향으로 뚫려있어 전통적인 의미의 정면이 없고, 그 대신 기념비적인 지붕이 리에주 기요망역의 정면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방향으로 기차의 운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대공간을 형성하는 아치구조는 일반적으로 교량건설에 사용되는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열차의 정차공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네 개의 지지대를 설치하여 아치구조의 프레임을 연결하고 있다.



[사진 18] 동서방향으로 뚫려 정면이 없는 구조

[사진 19] 투명아치를 통해 보이는 외부풍경


[사진 20] 후면의 지지대

[사진 21] 정면의 지지대 


동측의 역 광장에서 보면 가운데 부분은 광장에서 직접 진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각 승강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 광장에서 직접 진입하는 승강장 하부의 1층 내부통로 좌우측에는 승차권판매소와 바, 레스토랑, 편의점 등이 줄지어 서 있어 마치 쇼핑몰을 걷는 듯한 분위기이다.



[사진 22] 쇼핑몰처럼 조성한 1층 통로(좌 위)

[사진 23] 1층 통로에 배치된 편의시설(좌 아래)

[사진 24] 1층 통로와 2층 승강장(우)



외부에서는 남측과 북측의 모서리 부분에 있는 넓은 계단을 통하여 직접 승강장으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선로하부의 1층뿐 아니라 3층 높이에서도 각 승강장으로 진입할 수 있으며, 이를 연결하기 위한 수직동선으로 엘리베이터를 비롯하여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뿐 아니라 무빙워크가 모든 승강장에 배치되어 있다. 



[사진 25] 북측 모서리의 넓은 계단

[사진 26] 승강장과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사진 27] 3층 브리지 연결 에스컬레이터

[사진 28] 승강장과 연결되는 무빙워크


칼라트라바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벨기에 리에주에 있는 테제베 중앙역은 곡선의 유기적인 형태 하얀색의 순수함이 어우러져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리에주 기요망역은 1996년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건축가로 선정된 후 2009년 완성되기까지 총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그 결과물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단순히 기능만을 갖춘 역이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해 주는 국제적인 교통요충지이자 도시의 예술품으로서, 도시재생을 위한 발판으로서 이 역이 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위키피디아 영문판 2. http://bit.ly/1k8ZN4E 3. http://bit.ly/ILLF6r

4. Dal segno alla costruzione La genesi dell'opra architettonica, selected projects, 2013 Santiago Calatrava

5. V&M Report No.26, Calatravas's Liege Guillemins Station 'Inspiration for urban dreams', December, 2010, pp.10∼13



서유석(徐攸錫)

서울대학교 건축학과(학사 및 석박사)를 졸업하고 1996년 창원대학교에 건축공학과를 개설하면서 처음으로 부임하여 현재 창원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18년째 재직 중이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답사를 시작하였으며, 2013년 현재 유럽지역만 20여회 답사하여 수많은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경관과 도시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도시와 건축여행’이라는 블로그와 해외여행관련 강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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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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