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5월5일은 단옷날이다. 이즈음이면 태양은 가득하고 모든 식물들은 녹음이 우거져 가장 생기 있는 시기이다. 우리 민족은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절기에 맞는 음식과 창포로 머리감기, 그네뛰기 등을 하며 지낸다.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 '단오'라는 단어는 어머니를 의미한다.

단옷날이면 어머니께서는 집 근처 작은 나무에 그네를 만들어 주셨고, 쑥으로 만든 떡을 해주셨다. 시골마을에 사는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매일같이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어머니께서 그날은 무척 기분이 좋으셨고 더욱 너그러워 보이셨다. 그날 어머니의 행복해하시는 표정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나중 커서 알게 된 사실은 바로 그날이 단오이자 어머니의 생신이었던 것이다. 고단한 농사일과 힘겨운 시어머니의 시집살이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축하받으셔야 할 날에 당신 대신 어린 자녀들에게 행복감을 심어주는 것으로 의미를 삼으셨다고 생각된다.

벌써 팔순을 바라보고 계시는 어머니께서는 치매로 그 동안 살아오신 기억이 흐릿해지시고, 갖가지 병으로 기력이 쇠약해져 제대로 걷지 못하시지만 자식 걱정만큼은 놓지 않으신다. 심지어 생신 상을 받으실 때도 자녀들이 어떤 음식을 잘 먹는지 눈을 떼지 않으신다.

날로 희미해져 가는 기억 가운데에서도 자녀들에게 제대로 뒷바라지를 못해준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잊지 못하시고 마음에 걸리신다며 못내 눈물을 글썽거리신다. 이제는 자녀들이 다 잘 성장했고, 마음을 놓으셔도 된다며 아무리 설득하고 마음을 누그러트리려 애를 써도 당신 가슴속에 이미 깊이 박혀버린 못처럼 그 기억은 쉽게 지우실수는 없는가 보다. 

자녀들이 곁에서 편안하게 모신다고 여러 차례 간구하여도 “내가 너희 아버지와 함께 밥을 지어 먹을 수만 있다면 너희들에게 가지 않으신다.” 며 자식들에게 부담 주는 것을 싫어하시고 그 뜻을 굽히질 않으신다. 이는 필경 우리 모든 어머니의 마음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리 만류해도 힘겨운 몸을 일으켜 자식을 배웅하기 위해 대문까지 따라 나오신 어머니를 뒤로한 채 돌아서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사뭇 먹먹해져 오는 마음에 맑은 날 기차 창문에는 자꾸 이슬이 맺힌다. 

어머니! 조금만 더 곁에 계셔주세요.......




Posted by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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