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에서 기차를 탔다. 세종시에 내려 온 이후, 나는 종종 호남선을 타고 전주, 김제 등을 여행한다. 아침 시간에 타는 기차는 조용하니 참 좋다. 입석도 별로 없고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나 역시 졸리지만, 창 넘어 풍경도 보고 싶고 해서 자다 말다를 반복했다. 올 들어 몇 번 간 기찻길이지만, 15년 넘게 경부선만 타고 다닌 나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재미있는 길이다. 


순천역에 내려, 역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항상 브이(V)자를 들이대는 내 포즈가 촌스럽다는 친구의 말에, 오늘은 그냥 손을 흔들었다. 본격적인 순천 여행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아직은 여름의 기운이 남아 햇볕이 따가웠지만, 그늘을 징검다리 건너 듯 따라가니 갈만 하였다.


순천에서의 첫 여행지인 낙안읍성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2시간 간격으로 있는 버스가 막 떠난 뒤였다. ‘화장실만 안 갔어도...’라는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뭐 별일 아니다.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여행지에서는 시간이 돈이니 시간도 아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일단 택시를 잡고, 나는 기사님께 물었다. “아저씨, 낙안읍성까지 요금 많이 나와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내게 아저씨는 진짜 제대로인 전라도 사투리로 ’얼마 안 나오는디요..‘라고 답했다. 이왕 탈건데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것이 좀 머쓱했지만, 아저씨 인상이 너무 좋아서 그냥 헤헤 웃으며 택시를 탔다. 아저씨는 내가 초행인 것을 아는지 순천에 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저씨의 순박한 말투가 왠지 마음에 들어서, 계속 이야기 하시라고 아주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그러던 사이에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낙안읍성에는 특이한 장승들이 많았다. 사극에서 보는 장승들은 길쭉하니 쭉 뻗어 있는 형태가 많았는데, 여기 장승들은 휘어진 나무의 원형을 그대로 살린 해학적인 표정의 장승들이 많았다. 장승 옆에서 사진을 찍고 보니, 흔히 하는 말로 ‘고목나무의 매미‘같았다.

 

낙악읍성을 천천히 둘러보고, 순천만 생태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갈대숲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를 반복하다가, 체험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갯벌 때문에 탁한 바닷물 색과는 달리, 바닷바람이 정말 상쾌했다. 바다에서 흔히 나는 비린내도 전혀 없었다. 어두운 밤에 이곳을 왔다면 바닷물이 탁하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눈으로 선입견을 갖는 일은 항상 있는 일이다.


다음날 아침 첫차를 타고 송광사로 향했다. 아쉽게도 송광사는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사찰 초입의 사천왕상도 도색을 새로 하고 있었다. 나는 사찰에 있는 사천왕상을 특히 좋아한다. 왠지 보고 있으면 잡귀가 다 달아나는 듯해서 좋다. 송광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선암사로 가기 위해 조계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오솔길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책하듯 시작한 이 길은 계곡을 오르는 등산이었다. 오솔길이 아니었다. 여행의 묘미는 안내와 다른 반전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간만의 등산으로 지칠 무렵, 야생화 단지와 편백나무 숲에 이르렀다. 지친 나는 무엇보다도 선암사에 도착한 것이 제일 기뻤다. 한결 편한 마음으로 선암사를 둘러보고, 신선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승선교’에서 순천여행을 마무리했다.
 

Posted by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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