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콩, 타워링 속 건물 모습(출처: 네이버 무비)


30년대에 나온 영화 <킹콩>을 보면 킹콩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기어 올라가 그 꼭대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7080세대에 익숙한 제시카 랭 주연의 <킹콩>에서는 9.11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기어오른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건설된 것은 1931년이었다. 그 해 4월 30일 저녁 뉴욕 시민들의 관심은 뉴욕 맨해튼 34번가에 쏠렸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준공식이 열린 날이었다. 102층, 지상 높이 381미터의 거대한 빌딩 창문 불이 일제히 밝혀졌다. 고층빌딩 화재를 소재로 한 영화 <타워링>에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는 바, 뉴욕 시민들은 환호하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탄생을 축하했다.



출처: Empire State Building 페이스북


이 까마득한 마천루는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징하는 기념물로서 오래도록 위용을 떨쳤다. 40여년 뒤 2대 킹콩이 기어올라가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 즉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에 최고층 빌딩의 타이틀을 넘겨 줬으나 “세계 최고”로서의 아우라는 오래도록 지속된다. 한때 통일교측에서 이 빌딩을 구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을 때 “엠파이어 스테이트를 외국인에게는 팔 수 없다.”는 미국인들의 반발이 꽤 컸을 만큼.



월드 트레이드 센터(출처: 위키백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후의 초고층 빌딩 순위를 보면 이렇다. 쌍둥이 빌딩, 월드 트레이드 센터(110층, 417미터)은 불과 2년 뒤 시카고 시어스 타워 (110층 443미터)가 들어서면서 1위를 내 주었고 1998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88층, 452미터)가 건설되면서 세계 최고의 마천루 타이틀은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양됐다. 옥수수 두 개를 세워 놓은 듯한 가공할 높이의 이 쌍둥이 빌딩의 하나를 맡았던 것이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이었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출처:위키백과)


그런데 발주와 입찰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삼성물산은 극동건설측과 합동 입찰을 시도한다. 그때까지 최고 30층을 지어 봤던 삼성물산과 84층을 시공한 경험이 있는 극동건설의 실적을 합쳐서 입찰에 응한 것이다. 여기에 뛰어든 경쟁 상대가 100년 역사의 일본 건설업체 하사마 건설이었다. 


여기서 말레이시아의 고단수 정치가 마하티르의 좀 얄미운 행보가 등장한다. 그는 한일간의 민족감정을 알고 있었고 이를 보다 싸게 보다 빨리 만드는 경쟁의 요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하나는 한국이, 하나는 일본이 짓도록 하시오.” 그리고 말레이시아측은 이 건설 ‘한일전’을 흥미롭게 지켜봤다고 한다. 삼성물산 송도헌 상무의 증언 


“말레이시아측은 쌍둥이 빌딩을 싼값으로 빨리 짓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민족감정을 이용한 겁니다. 한편으론 100층 이상의 초고층빌딩을 지은 경험이 없는 삼성으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빌딩을 짓는 호기를 잘 살려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자연히 속도경쟁이 됐던 겁니다.” 



조기축구회끼리 대결이라도 한일전은 이상 열기를 내뿜는 법, 말레이시아는 일본만큼은 이기고 보고, 세계에서 일본인을 우습게 보는 유일한 민족이라는 한국인들의 기질의 덕택으로 상당히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의 마천루를 보유하게 된다. 한국 건설사들은 말레이시아측이 제시한 33개월을 6개월이나 단축, 27개월 만에 92층 공사를 마친 것이다. 일본도 악착같이 건물을 쌓아올렸지만 한국 건설사에게 1주일 뒤지고 말았다. 


“세계 최고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공사를 日本보다 1주일 앞서 성공적으로 마치던 날, 87층 꼭대기에서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바라본 아름다운 석양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송도헌 상무 증언, 월간조선 2001년 3월호) 



현재 말레이시아의 최고층 빌딩은 여전히 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이지만 그에 필적하는 고층들을 쌓아 올려 스카이라인을 갈아치우고 있는 회사는 대우건설이다. 2012년 12월 매일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2~4위 초고층빌딩을 모두 시공했거나 공사 중이었다. 한국 건설사들의 초고층 빌딩 분야의 활약은 그 이전부터 될성 부른 떡잎을 보이고 있었다. 

 


래플스 시티 타워(출처: 위키백과)


1986년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싱가포르의 래플스 시티를 지은 것은 쌍용건설이었다. 이 래플스 시티 건설에도 여러 가지 비사가 많다. 우선 열대성 스콜이 자주 내리는 싱가포르의 공사에서 콘크리트 타설은 꽤 골칫거리였다. 쌍용건설은 5년 동안의 기상 자료를 샅샅이 뒤져 비가 오지 않았던 날을 찾아내 그날을 기점으로 48시간 동안 연속하여 기초 콘크리트를 붓고 다지는 대역사를 이룬다.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 6개소에 가득 채운 물과 맞먹는 양이며, 6㎥ 레미콘 트럭 1,830대분이었다. (2011.9.6. 매일경제신문) 자존심 강한 리콴유 싱가포르 수상이 “우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한국인이 래플스 시티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이 해낼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인은 강인했고, 우리 모두는 래플스 시티 프로젝트에서 그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이후의 마천루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몇 년이 멀다 하고, 아니 몇 개월이 멀다 하고 그 기록을 경신하는 초고층 빌딩들이 세계 곳곳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의 ‘40년’ 군림은 이미 전설 같은 이야기의 반열에 들었다. 그것은 우리 국내 또한 마찬가지다. 63빌딩은 이미 그 순위에서 저만치 밀려 있고 대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는 ‘100층짜리 빌딩’이 새삼스럽지도 않을 만큼 지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높이를 가지고 자부심을 가지고 ‘동양 최고’ ‘세계 최고’의 타이틀에 집착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닐뿐더러, 성경 속의 바벨탑을 쌓았던 사람들의 오만과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 집착의 비극적인 결말로 우리는 수십 년 째 미완성인 북한의 류경호텔에서 보고 있으며 주변의 교통 사정이나 안전 등을 도외시한 일종의 ‘마천루 난개발’도 우려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더 높이, 더 빠르게'가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그 아래에서 건물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사려 깊은 건설 정책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초고층 건물 이야기를 맺으며 간단한 퀴즈 하나를 내 보자. 우리나라 초고층 건물 순위는 어떻게 될까. 누구나 63빌딩을 첫손 아니면 그 다음으로 꼽겠지만 사실은 5위에 불과하다. 69층의 하이페리온과 타워팰리스가 63빌딩의 아성을 깬지 오래다. 그리고 화성의 메타 폴리스, 인천의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64층)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5년 내에 63빌딩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예정이다. 그렇게 많은 건물들이 ‘하늘을 찌를’ 요량으로 계획되고, 지어지고 있으니까.



Posted by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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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폭탄

    몰라

    2016.11.21 18:2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