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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13 유럽 최대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 탑승기

유럽 최대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 탑승기

-벨기에 브뤼셀 샤를로이(CRL) → 이탈리아 로마 치암피노(CIA)-





바야흐로 바캉스의 계절입니다. 여행 시즌을 맞아 제주도나 단거리 해외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항공시장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가장 달라진 점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뿐 만 아니라 생소한 국내외 저가항공사들이 많이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2006년 제주항공의 설립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오랜 독과점을 깨고 진에어와 에어부산(2008년), 이스타항공(2009년), 그리고 티웨이 항공(2010년)이 등장하며 현재 총 5개의 저가 항공사가 국내선 및 단거리 국제선의 하늘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저가항공사와 비교해볼때,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와 비교해도 가격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아 ‘무늬만 저가’라는 시선을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렇듯 ‘저가 항공사’의 경쟁력이 모호한 국내 시장과는 달리, 미국의 ‘사우스 웨스트 항공(SouthwestAirline)’, 유럽의 ‘라이언에어(RyanAir)’는 저가항공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라이언에어는 미국 사우스 웨스트 항공의 성공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만든 후발주자였으나, 사우스 웨스트 항공 보다도 더 집요한 항공권 가격 인하 노력을 통해 유럽 최대의 저가항공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지난 6월 한달동안 유럽여행을 하며 라이언에어를 이용할 기회가 두번 있었는데요. 라이언에어를 직접 이용하면서 느꼈던 "진짜 저가 항공사"의 항공료 절감 비결과 그에 따라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대형 항공사와의 차이점을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65kg보다 더 비싼 15kg(?)


라이언에어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저렴한 비용입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여 이윤을 극대화 시키고 있습니다. 

우선, 항공권을 판매대리점이나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오직 공식 홈페이지(www.ryanair.com)에서만 판매하는 방식으로 중간 유통 단계를 완전히 없애 항공권의 가격을 최대한 낮췄습니다. 또한, 항공 여행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기본 요금과 분리하여 '추가 요금'으로 제공합니다.


저는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 출발 - 이탈리아 로마 도착 항공권을 14.24유로 (한화 약 21,000원)에 구할 수 있었는데요. 서울-도쿄간 거리보다 먼 거리를 단돈 2만원으로 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수하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추가요금이 발생하는데, 15 수하물은 25유로 (한화 약 37,000원), 20 수하물은 35유로 (한화 약 51,000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65인 저보다 15짜리 수하물의 몸값(?)이 더 비쌉니다.

뿐만 아니라 좌석지정(10유로 ,한화 약 15,000원) 및 우선 탑승(7유로, 한화 약 10,000원)도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다 보면 부가 서비스 이외에도 공항 셔틀버스, 씨티투어 버스, 여행가방,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렌트카 등 제휴서비스의 구매를 권유하는 페이지가 수 없이 나와 '아니오','아니오','아니오'를 몇 번이나 클릭하고 결제를 하고나니 30분이 훌쩍 지났고, 왠지 모를 피곤이 밀려 왔습니다. 수익창출도 좋지만, 라이언에어의 홈페이지구성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업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종이 한장도 아깝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모두 줄여버린 항공사


공항에 가기 전 인터넷을 통해 체크인을 하고, 직접 항공권을 프린트 준비해 가야합니다. 공항에서는 체크인을 하거나 항공권을 출력할 수 없어요. 항공권 발급에 사용되는 종이마저 아끼기 위한 경영 전략입니다. 이쯤되면 조금 지나친 것 같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자원낭비도 줄이고 지출도 줄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시내와 떨어진 보조공항을 이용하여 공항이용료 절감




▲ 돌아 오는길에 이용한 이탈리아 피렌체 시내와 피사 공항을 연결해주는 셔틀버스



브뤼셀 시내의 한 호텔에서 비행 시간 약 3시간 전에 출발하여 자가용으로 약 1시간 20분을 달려서야 샤를로이 공항(CRL)에 도착했습니다. 라이언에어는 각 도시의 거점 공항이 아닌 공항이용료가 낮은 근처의 보조 공항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중교통은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자가용 혹은 공항 셔틀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셔틀버스의 경우 거리에 따라 편도 약 5~10유로의 요금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라이언에어와 제휴를 맺고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있고, 이 외에도 공항마다 몇개회사의 셔틀버스가 있기때문에 가격 및 노선을 보고 쉽게 구매가능 합니다.




1g도 용납하지 않는다. 수하물 무게와의 싸움




▲ 라이언에어의 수하물 체크인 데스크


체크인 및 항공권 발권은 인터넷으로 이미 하고 와야 하기 때문에, 공항에서는 수하물 체크인 데스크로 가서 수하물만 부치면 됩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수하물 요금 체계 기억 하시나요?

티켓 구매시 인터넷으로 15㎏ 혹은 20 한도의 수하물 서비스를 예약했는데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하지 않으셨거나 예약한 무게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인터넷 예약 당시보다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저도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제 짐가방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렸는데요. 역시나 2을 초과한 17가 나왔습니다. 라이언에어는 철저하게 추가 요금을 징수 하기 때문에, 단 1g도 허용해 주지 않아요.


이 경우엔 추가요금을 내거나, 가방을 정리하여 무게를 줄인 다음, 다시 측정할 수 있어요. (직원에게 미리 말하면 가방 정리를 한 후, 다시 줄을 서는 번거로움 없이 곧장 해당 직원에게 갈 수 있습니다.)


공항 한가운데 앉아서 짐정리를 하는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어색했지만 이내 제 옆에서 다른 외국인도 가방을 툭 바닥에 던져놓고는 짐정리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라이언에어 수하물 데스크 앞에서는 늘 짐가방 무게와 씨름하고 있는 승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해요.




라이언에어의 경쟁자는 비행기가 아니라 고속버스?





게이트와 검색대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탑승게이트 및 대합실이 나옵니다. 보조공항을 이용하다 보니 규모도 작고 면세점도 없거나 크기가 작아 탑승 게이트를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탑승게이트를 찾아가보니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몰려 있었습니다.

일찍 도착해서 여유를 부리던 중, 많은 인파에 깜짝 놀라 알아보니 출발편 승객들이 아니라 방금 도착한 항공편에서 나오는 승객들이었습니다. 해당 공항의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출발/도착 게이트를 나누지 않고 이용하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도착한 항공기는 약 25분간의 기내 청소/화물운반/정비/주유를 마친뒤 다시 비행을 준비합니다. 타 항공사에서는 평균적으로 한 대의 항공기가 하루 최대 4~5번 운행되는데 반해, 라이언에어는 기내 청소/화물운반/정비/주유를 동시에 진행하여 작업속도를 최대한 줄여 한대 당 하루 최대 8번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들어온 항공기의 준비가 끝나면 게이트가 열리고, 승객들이 탑승하러 이동하는데요, 라이언에어는 기내 좌석 시스템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선 좌석의 등급을 모두 없애 좌석은 오직 이코노미 클래스로 모두 동일합니다. 좌석배정 또한 "선착순"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게이트가 열리면 너도 나도 빨리가려고 서두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자리'는 중요하니까요.


더욱이 라이언에어는 공항과 항공기를 연결해주는 보딩 브리지(탑승교)를 이용하지 않아서, 승객들이 직접 활주로로 나가 비행기와 연결된 계단을 통해 탑승합니다. 일반적으로 활주로를 직접 밟아 보거나 비행기의 실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경우가 흔치 않아 그런지 기념사진을 남기는 승객들이 많았습니다.


위와 같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달리 생각하여 항공권의 가격을 낮춘  라이언에어의 CEO는 라이언에어의 경쟁자와 시장을 재정의 했습니다. 


그들의 경쟁자는 타 항공사가 아닌 택시, 버스, 기차 등이고, 그들이 속한 시장이 항공업계가 아닌 대중교통 시장이라는 겁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도 수하물 없이 기내용 핸드백만 들고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기차나 버스보다 훨씬 저렴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SOFT DRINKS & JUICE. BECAUSE TOILETS ARE STILL FREE!

(음료와 쥬스를 구매하세요, 화장실은 여전히 공짜니까요!)


BOEING 737기를 이용하는 라이언에어의 기내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우선 과거 국내 저가항공 설립 초창기에 사용되던 프로펠러 항공기가 아닌 보잉사의 제트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실 분위기 자체가 대형항공사를 이용할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좌석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정도의 공간은 확보되어 있었습니다.






기내에서도 어김없이 라이언에어의 수익창출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기체 설명 및 비상시 행동요령과 관련한 책자를 따로 만들지 않고, 좌석에 부착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기내 곳곳엔 스폰서 광고가 붙어있었습니다.


또한, 기내 잡지의 경우엔 몇번이나 재활용을 한건지 모를 정도로 너덜너덜 해진 상태였는데, 이마저도 사실은 "기내 잡지"라기 보다 "메뉴판"에 가까웠습니다.


라이언에어는 일반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기내 서비스를 모두 없애 지출비용을 줄이고, 필요한 승객에게는 유상으로 제공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제공된 잡지에 나열되어 있는 음식 혹은 음료를 주문하면 승무원이 직접 판매를 합니다.


목이 조금말라 음료 메뉴를 보던 중, 옆에 적혀있는 글을 보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SOFT DRINKS & JUICE. BECAUSE TOILETS ARE STILL FREE! 음료와 쥬스를 구매하세요, 화장실은 여전히 공짜니까요!)


유머러스 하기도 하면서, 화장실만큼은 쓸 수 있게 해주는 인간적인(?) 모습에 감동 받았네요...




싼게 비지떡? 완전 아니죠!


이륙과 착륙 과정 중 승객들 사이에선 안전을 의심하는 말들이 새어 나옵니다. 승객들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착륙 후 짝짝짝 박수를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저가'라는 이유때문에 만들어진 고정관념인데요, 라이언에어는 이런 고정관념 조차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는 듯 합니다.


사실 라이언에어는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제공하는 항공사지 가난한 항공사는 아닙니다.


라이언에어는 가장 많은 국제선 탑승객을 보유하고 있고 93%의 정시율을 기록중이며, 약 40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라이언에어에 따르면, 승객 1000명당 수하물 사고가 0.32건 밖에 되지않아 프랑스와 영국의 대표 국적기인 에어프랑스(Air France) 및 영국항공(British Airways)의 그것보다 훨씬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항공권이 '저가'라는 이유만으로 안전 및 서비스를 걱정하는건 잠시 꺼두셔도 좋을 듯 합니다.


라이언에어를 이용하던 과정 하나하나에서 저가항공사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그리고 아시아의 저가 항공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요.


저가 항공사의 성패는 항공사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합니다. 보조 공항 건설과 항공 자유화(오픈 스카이 정책)의 시행이 정부가 가진 열쇠인데요, 국민들의 안전하고도 저렴한 여행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앞으로 어떠한 정책을 펼칠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