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일상으로부터의 해방, 또는 정든이와의 만남과 이별 등 인생의 각양 사연이 모이는 김포공항. 하루 400여 편의 정기 민항기와 80여대의 소형항공기가 쉬지 않고 이착륙하는 공항의 중심에는 관제탑이 있고, 그 안에는 항공교통의 흐름을 촉진시키고 공중충돌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관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교통관제사가 있다. 


 지난 27일에서 29일까지 서해안을 통해 한반도를 뒤흔든 태풍 “볼라벤”과의 2박 3일은 짧지 않은 김포관제탑 생활 중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이었다. 그 다이나믹했던 2박 3일을 기록해본다.


 27일


 “볼라벤”이 한반도를 향해 진로를 잡으면서 각종 매스컴을 통해 사상 최대의 강풍이 예고되어 학교들이 휴교를 발표하는 등 초긴장 상태에서 김포관제탑에서도 그간의 경험과 예보를 토대로 태풍대비가 이루어졌다.


 먼저 지상 18층 65미터 높이의 관제탑의 최대 운영한계를 넘길 수 있는 최대풍속 60나트에 대비하여 비상관제탑 운영을 준비해야 한다. 관제사들이 즉각 투입되어 관제업무를 중단 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각종 관제장비와 시설을 점검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까지 정상운영 되도록 땀을 흘렸다. 비상관제탑의 운영준비는 되었으나 이젠 사람이 문제. 고도의 스트레스 환경에서 1년 365일 내내  주간, 야간으로 빽빽한 근무 스케쥴을 감당하는 관제사들이기에 쉬는 날의 보장은 필수이나, 어쩔 수 없이 연락을 취한다. 


 “쉬는데 미안한데, 내일 비상근무야"

 “예, 알겠습니다.” 


다행히 든든한 지원군이 두 명이나 생겼다.^^ 

또 다른 근무자에게 “비행종료시까지 연장근무”를 통보하니 “네~~.” 역시 관제사다.


 일단 비상관제탑은 됐고 주관제탑의 안전을 위해 8면으로 된 관제탑 유리창의 보강을 지시한다. 여기는 신문지나 스카치 테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고 격자모양으로 창틀에 10센티미터 굵기의 각목을 보강한다. 나름 운치 있음.^^

폭풍전야의 초조함 속에 볼라벤이 수도권으로 향할 내일을 기다린다.


 28일


 국제선을 제외한 모든 국내선 운항이 취소된 가운데 바람은 계속 강해진다. 평균풍속 20나트에서 점차 올라가더니 최대 풍속 58나트를 기록한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평소에도 20나트에서 멀미를 느낄 정도의흔들림은 경험하지만 이건 완전히 관제탑이 부러져 나갈 정도의 위협적인 바람소리와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흔들림이다. 전화를 받는 중 몸이 두서너 걸음 뒤로 밀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직원이 멘붕 상태가 된다. 결정을 한다.


“ oo씨 oo씨는 비상관제탑으로 이동해서 비상대기.” 

인간이 다양하다는 건 이럴 때 좋다.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신체적으로건 정신적으로건.


 “소장님, 저희 도저히 식사교대 안되겠는데요. 짜장면이라도 시켜주세요. 

소장님것도 같이 시킬께요. ㅋㅋ ” 

 “그... 그래요, 내 것도 같이 시켜요. 같이 식사하죠.” 

무리실텐데... 우리 소장님과 과장님이 멀미하면서, 얼굴 하얘지시면서 관제실 바닥에 신문지 깔고 볶음밥을 드신다. ^^ 하루종일 배를 타고 있는 듯한 멀미속에서 관제하던 주간근무자가 퇴근하고 야근이 시작된다.


이게 웬 일? 태풍은 벌써 북한에 상륙했다는데 바람은 더 강해지고 있다. 방향이 바뀌면서 관제탑을 계속 공격한다. 국내선은 서서히 운행재개. 더 심각해진다. 비상관제탑으로 가야하나? 철수기준에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 그냥 간다. 

동료가 있기에, 함께 멀미하며 격려하고 조언해주시는 과장님과 소장님이있기에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밤 10시. 

 비행종료까지 한 시간 남았는데 오늘의 최대 교통량이다. 태풍의 뒷자락은 길고 강하다. 연속 10여대의 항공기가 활주로까지 접근하지만 착륙하지 못한다. 강한 측풍으로 안전한 구간에 접지하지 못하여 복행을 실시하고 재접근을 시도하고 잔류연료를 감안하여 제주로, 청주로 회항을 보고한다. 이런 다이나믹하고 숨 막히는 한 시간이 지나 드디어 소음 통제시간 11시. 


 그러나 아직이다. 인천공항으로 회항한 항공기가 인천에서도 복행할 가능성이 있고 연료는 넉넉하지 않을 터, 김포로 재접근 가능성이 있다. 그 항공기가 착륙해서 레이더에  항적이 없어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침묵 속에 항적을 노려본다. 항적이 사라진다. 

“OKEY, 내렸다.” 

비행은 종료되었으나 관제사들은 쉬지 못한다. 지연 ․ 결항 ․ 회항 등 혼란스러웠던 운항편들의 통계와 활주로 점검, 항행안전시설 점검이 이루어진다. 깨진 항공등화 보수작업도 지시하고 내일을 준비할 항공기들의 견인 요구 등으로 전화와 무전기가 쉴 새 없다. 바람은 계속 관제탑을 휘몰아치고... 그렇게 “볼라벤”과의 치열했던 하루가 간다. 


 29일 


  폭풍을 견뎌낸 관제탑에 다시 무전기와 전화가 울린다. 첫비행을 준비하는 지상조업부터 활주로, 등화, 각종 항행안전시설의 점검이 이루어지고 일상이 시작된다.


“Gimpo Tower, Good Mornung!! Spot No. 00, Request clearance to Jeju."


그래 오늘은 굿모닝이다. 

나도 오늘은 집에 들어간다.^^          


 


Posted by 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