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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1 오감이 즐거운 골목, 보수동 책방골목


최근 방영 중인 ‘응답하라 1994’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왜 옛날을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것일까. 지워지고 잊혀진 물건들과 생각들을 보며 느끼는 것들은 무엇일까. 새로운 것에 대한 이질감을 옛것을 통해 따뜻하게 바꾸고 싶은 열망, 그것이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것일까.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부평시장을 이어 그 끝에 보수동 책방골목이 위치하고 있다. 

자갈치역 3번 출구로 나와 극장가 쪽으로 올라간 뒤 국제시장을 지나 대청로 네거리에서 보수동 방면을 바라보면, 대청로 네거리에서 보수동 가로에 이르기까지 동과 서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골목길이 보수동 책방거리다.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중고서적을 40%~70%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길게 늘어선 서점에는 초, 중, 고 참고서와 문제집부터 소설과 교양도서, 각 종 자격증대비 실용도서와 외국도서 등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보고 난 책을 팔아 다시 책을 구매한다. 새 책에서 헌 책으로, 다시 새 책 같은 헌 책을 누군가에게 전달해 준다. 


책방골목을 걷다보면 발행 연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책과 어릴 적 함께했던 만화책과 전래동화 서적 등 구경 자체만으로도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 6.25 사변 이후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가 보수동 골목에서 박스를 깔고 책을 판 것이 시작이었다. 그 때는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나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헌책 등으로 노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6.25전쟁 이후 부산으로 피난 온 많은 난민들은 주로 중구와 동구, 영도구 등에서 정착하여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 부산소재 학교는 물론이고 피난 온 학교까지 구덕산 자락 보수동 뒷산 등에서 노천 교실, 천막 교실로 많은 학교가 수업을 하였던 관계로 보수동 골목길은 수많은 학생들의 통학로로 붐비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출판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서적 발행과 구입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점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6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러 70여 점포가 들어서면서 문화의 골목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을 걷다보면 골목 사이사이에 그려놓은 벽화를 찾아볼 수 있다. 벽화에는 어린왕자가 서 있고 익숙한 동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화려한 모습도 아니지만 어린왕자와 함께한 잠깐의 산책은 한 동안 머릿속에 맴돌만큼 이야기가 많다. 벽화뿐만 아니라 골목 어귀마다 북카페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부담없이 거닐 수 있는 골목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주제로 문화행사가 진행 중이며 낡은 차양막을 새로운 아케이드형 차양막으로 설치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전국에 사라져가는 책방골목의 현실 속에서도 불구하고 책방골목번영회의 노력으로 보수동 책방골목은 새로운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책방골목으로 문화적 가치인식과 문화예술인, 책방골목 상인들에 의한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로 국내 최대의 ‘도서문화거리’로 발돋움 하고 있다.




젊은 청춘들이 만남을 약속하는 장소이자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가 많았던 보수동 책방골목은 물질의 풍요로움에 길들여진 현대와 어울리지 않다. 폭 2m, 길이 150m 골목 양쪽으로 늘어진 헌책방은 비좁고 낡았으며 작았다. 하지만 책방골목의 시작과 끝에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있었고 보고 싶은 지혜들이 모두 있었다. 기계가 주는 차가움과 날카로움, 빠른 속도를 이 곳 책방골목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고 사람들은 느렸고 여유로웠으며 즐거웠다. 저물어 가는 가을, 헌 책과 함께하는 소박한 거리를 여러분들도 한 번 경험해보길 바란다.




Posted by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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